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불면증

洪 海 里 2005. 11. 9. 06:22
불면증
홍해리(洪海里)
 

안빗장 바깥빗장 다 지르고
맘 놓고 깊은 잠 청해보아도
불면으로 쌓이는 불면의 아픔
무겁게 짓누르는 한겨울의 병
밤새도록 쿨럭이며 지새일 때
허연 불빛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투명한 알코홀의 유리잔 속에서
빛나던 사랑의 불빛과
우리의 거대한 슬픔도
이제 겨우 25도의 뉘우침
목구멍에 불조차 지피지 못하고
가슴에 퀭하니 구멍만 뚫렸다
불 끈 자동차들이 수없이 달려가고
악머구리 꺽꺽꺽 밤새 울어도
눈물의 아름다운 꽃잎도 없다
마른 꽃대궁에 조화를 달아놓고
춤추고 울부짖는 하루살이들
겨울밤 하늘까지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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