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지나고 나서 오랜만에 밤하늘을 무심코 올려다보 았습니다. 지난 봄에 꺾어 던진 백매가지가 하늘로 날아 가 박혀 꽃잎들이 떨어지더니 하나하나 별이 되어 반짝 이고 있었습니다. 별빛별빛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 죽 었다 썩었다 해도 죽지 않고 썩지 않고 반짝여 주는 것이 그냥 고마울 따름입니다. 귀밑에까지 다가와 울어주는 귀 뚜라미도 귓속으로 피어나는 계절의 꽃입니다. 서늘한 가 을밤을 지새이면서 끝없이 울어대는 작은 생명의 노동을 그냥 앉아 듣기도 가슴이 무겁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 총 빛총을 쏘아대고 땅 위에선 저런 노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니 이 세상에 사는 일이 기쁠 수 밖에 없겠지마 는 반짝이지 못하는 별이나 울지 못하는 벌레들은 얼마 나 가슴이 무겁고 답답할까 생각해 보면 세상사는 일이란 역시 괴로운 일인가 하고 고개가 숙여집니다. 눈 열고 하 늘 보기나 귀트고 소리 듣는 일이 두렵고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