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시인이여

洪 海 里 2005. 11. 11. 05:12





시인詩人이여


홍해리(洪海里)
 

요즘 詩들은 시들하다
시들시들 자지러드는
한낮 호박잎의 흐느낌
마른 개울의 송사리 떼
겉으로 요란하고
울긋불긋 시끄럽다
비맞은 보리밭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천둥 번개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미쳐 거리를 헤매는 이도
독주에 절어 세상을 잊는 이도
없다 아무도 없다
차라리 오늘밤엔 말뚝이를 만나야겠다
말뚝이 애인이라도 만나야겠다
무릎 꿇고 애걸복걸
형님, 형님!
술 한잔 잘 올리면서
시원하게 물꼬도 트고
새벽녘의 성처럼 일어서야겠다
그렇다 그렇다 시인만 하는
절벽같은 절망의 어둠을 지나
육두문자로 시원하고 신선하게
일어서야겠다 시인이여
시는 시시하고
시인은 그렇다!고 시인만 하는
어두운 골목을 지나
새벽녘 성처럼 일어서야겠다
시인이여 詩人이여!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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