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선운사 동백숲으로 동박새들 모여서 재재거리고 눈 위에 반짝이는 겨울 새소리 도솔암 오르는 길을 따라서 낭랑하게 선문답하는 개울 물소리 은빛으로 반짝반짝 몸을 재끼는 솔잎 사이 바람이 옷을 벗는다 암자엔 스님도 보이지 않고 풍경소리 홀로서 골을 울린다 온 세상이 눈에 덮이고 나니 이것이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늦잠자던 색시들 동백장 색시들 봄에 오마 약속하고 떠나버린 잊혀진 듯 고요한 사하촌 하늘 종일토록 눈은 내려 산하를 덮고 텅 빈 적막 속에 잠든 겨울 꿈 깨앨까 마알까 하는 2월말 이따금 드나드는 찻소리까지 눈에 덮여 눈에 보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