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서동요

洪 海 里 2005. 11. 12. 02:20
서동요薯童謠
홍해리(洪海里)
 

1
천의 아이들 입마다
불을 밝혀서

서라벌 고샅마다
밤을 밝히던

사랑 앞엔
국경도 총칼도 없어

오로지 타오르는
불꽃 있을 뿐

사랑도 그적이면
꽃이였어라.

2
사랑 앞에선
황금도 돌무더기
신라 천년
사랑 천년
그 언저리
노랫소리
들려요 들려요
그대 옆구리 간질이던
바람
아직도 가슴에 타고
서라벌 나무 이파리 
하나 
흔들리고 있어요
고샅마다
아롱아롱 일어나는 
아지랑이
몽롱한 꿈자리
보여요 보여요.

3
6월이 오면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만
시멘트 철근의 숲은
오염에 젖어 있고
흐린 하늘 아래
아래만 살아남은 뜨거운 사랑
순간접착제
뻥 튀긴 강정
불꽃만 요란하고
식은 잿더미가 골목마다 쌓인다
별이 뜨지 않는
매연의 거리
이제 사랑도 별 볼일 없어
찍어 바르고
문지르고 두드려
저마다 몇 개의 탈을 쓰고
거리마다 서성댄다
소리의 집만 무성한 잡초 덤불
깨어진 거울조각이
시대의 흙 속에 묻힌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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