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1986 봄

洪 海 里 2005. 11. 12. 02:22
1986 봄
홍해리(洪海里)
 

영등포 로터리
김안과 병원
접수권 번호 4846
보이지 않는 눈을 감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세상이 막막하다
간호원에 이끌려
의사 앞에 앉는
나는 수인
죄없는 수인이 된다
세상은 밝고
초롱초롱한 눈동자기 거리에 가득한데
눈을 가린 나는
갈곳없는 외로운 섬
등대불 꺼진 바다
바람은 불어왔다
어딘가로 또 사라져가고
어두운 낭떠러지
자꾸자구 갈앉는
까만 돌멩이
돌멩이의 까만 절망

쓸쓸하고

어둡고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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