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수로여 수로여(2)

洪 海 里 2005. 11. 12. 10:48
수로水路여 수로水路여(2)
홍해리(洪海里)
 

  다섯. 미로학습

사랑해요사랑해요죽은메아리뿐이예요감각의천사같은낮도깨비들의탈탈탈들이보여요안보여요죽었다살았다살았다죽었다하는춤사위가끝없이흐느적이고있어요비맞은가을꽃의막막함이이럴까요죽은시간을넘어굴러가는빈깡통들도소리조차나지않아요펄럭이는마술사의짧은속치마에이는바람이골목마다휩쓸어도길이안보여요당신이안보여요어둠속에숨진부끄러움의잔해만이쓰레기처럼뒹굴고있어요사랑해요어둠을요어둠은꽃인가요천국인가요사랑은폭력인가요혁명인가요휘청거리는도시의방황하는거리에서서아무리외쳐보아도메아리뿐이예요안개가루가한치앞까지가려버리고아무것도아무도보이지않아요하늘도땅도바다도산도진달래도절벽도안보여요휘황찬란한불빛이골목마다쏟아지고있어도어둠은여전히어둠일뿐이예요봄이올까요그러면새가울까요안개속에서어둠속에서허수아비들이새를안고있어요깨지도않은알이예요아니예요모르겠어요아무것도모르겠어요아무것도안보여요안보여요.

  여섯. 불길 물길

그대 올랐던 
하늘
구름 피는
향기

바닷속에는
오색영롱한
북소리
둥둥 북소리

말없는 그대
몸으로
몸으로만
말하니

창백한 이마들이
모여 모여
그대 안에
안가슴에 도사리어

천지간
온갖 기운
불길로 물길로
넘실넘실 넘치누나.

  일곱.포기 연습

사랑 하나면 
세상도 버리기 위하여

젖지 않은 옆구리
허전함과 외로움을 위하여

모래밭에 맨발로
학춤을 추기 위하여

영원의 눈짓으로
금빛 파도를 잠재우기 위하여

천번 만번
죽음과 입맞추기 위하여

세상이 천이라도
사랑을 버리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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