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詩> 말뚝이 타령

洪 海 里 2005. 11. 12. 10:49




말뚝이 타령


홍해리(洪海里)

 

낙목한천 해는 지고 외기러기 울고 가니
꼭두서니 저녁놀로 이 내 가슴 타는구나
청맹과니 스라소니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져서 박살나도 살아 있어 즐거워라
꿈도 많고 한도 많고 서름 많고 시름 많은
우리네 인생 불쌍한 인생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나
공수래요 공수거인 이 내 팔자 한심하다
노다 가세 노다 가세 벗을 것도 입을 것도
다 벗어서 내던지고 알몸으로 놀아보세
눈엣가시 사랑지기 실룩실룩 지랄발광
절수절수 지화자 저리절수 지화자
황금만능 금수강산 무인반주 풍물 잡고
늙기 전에 놀아보세 서서 뛰고 앉아 뛰고
뒹굴뒹굴 한생일세 강남땅의 복부인은
아랫배가 남산이라 디룩대룩 오리걸음
졸부들과 해롱해롱 배뚱뚱이 어리보기
봉충다리 살찐 돼지 넉살좋게 해롱댄다
몇 천 억은 한입이요 한탕주의 탕탕주의
조변석개 졸속주의 속물주의 기회주의
먹자주의 현세주의 찰나주의 향락주의
산수갑산 꿀꺽꿀꺽 먹고 보세 먹고 보세
귀도 먹고 애도 먹고 코 베먹고 돈 까먹고
마음 먹고 욕도 먹고 더위 먹고 추위 먹고
나이 먹어 한심하니 눈 빼먹고 간 빼먹고
검정소도 잡아먹고 양잿물도 마셔보고
외상세상 벌떡벌떡 배불러서 못 살겠네
배고파서 못 살겠네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이것 먹고 저것 먹어 설사 변비 위산과다
식체 주체 소화불량 송도 말년 불가사리
인삼 해삼 백삼 천삼 산삼까지 고아 먹고
불로초라 장생불사 한 오백년 산다는데
멧새같은 우리 신세 뻐꾸기알 품어보세
쇠털같이 많은 날에 가납사니 가시버시
시시덕이 새침떼기 두억시니 장물아비
돌대가리 떠떠버리 할말 없네 할말 없어
입 있어도 할말 없고 입 없어도 할말 있네
눈구멍이 웬수든가 귓구멍이 웬수든가
대나무숲 바람소리 임금님 귀 당나귀 귀
근질근질 못 살겠네 근질근질 못 살겠네
콧구멍 하늘구멍 똥구멍 바람구멍
숨구멍 바늘구멍 쥐구멍 연탄구멍
물구멍 땅구멍 불구멍 뱀구멍 지붕구멍
땀구멍 개미구멍 문구멍에 벽구멍
ㅇㅇ구멍 X구멍...... 구멍찾아 일생일세
구멍 뚫고 구멍 막고 낙화유수 구멍천리
말뚝 박고 천세만세 이 골목도 저 고샅도     
소박데기 팔삭동이 안달뱅이 곰배팔이
아둔패기 애꾸눈이 절뚝발이 귀머거리     
꼽사등이 솟대장이 가난뱅이 욕심쟁이
고집쟁이 변덕쟁이 수다장이 불뚱가지
주정뱅이 코맹녕이 외톨박이 두루춘풍
무골호인 자린고비 팔방미인 벼슬아치
사팔뜨기 동냥아치 수원집의 깔치 덮치
양아치 뚜장이 땜장이 갈보 먹보 까까중
떼보 울보 곰보각시 뚱보 째보 털보 욕보
꼽추네는 난장이랑 키다리는 핫어미랑
배맞아서 두리둥실 눈맞아서 번쩍번쩍
늙은 늑대 새끼여우 늙은 여우 새끼늑대
병신 등신 천치 백치 시골뜨기 동산바치
장사아치 서울나기 조방구니 하루살이
우쭐우쭐 노는구나 헬레헬레 가갈갈갈
한 잔 먹고 얼렁뚱땅 두 잔 하고 내 천지라
감자국 해장국 콩나물국 북어국에 시레기국
우거지탕 해물잡탕 순대국 설농탕 갈비탕
도가니탕 곰탕이라 탕탕놀이 놀아보세
여탕 남탕 한증탕 사우나탕 터키탕
추어탕에 자라탕 지렁이탕 개구리탕
매운탕에 쏘가리탕 사슴뿔에 노루피
생사탕에 보신탕 개소주에 흑염소탕
영계백숙 오골계탕 이열치열 살맛나네
삐걱삐걱 열쇠구멍 디딜방아 연자방아
감투걸이 끄덕끄덕 바람잡이 바람잡고
바람둥이 바람피워 바람바람 노는구나
이승저승 왔다갔다 저승길로 가는구나
작은 죽음 고개 넘어 끝도 없이 가는구나
빙글빙글 도는 세상 화류춘풍 풀이파리
미끈미끈 남가일몽 산을 넘고 물 건너서
사서삼경 어디가고 팔서육경 백절같네
호박꽃도 꽃이라고 벌나비 떼 날아들고
살아 있는 육신 위로 걸귀들이 몰려든다
수지니 산지니 해동청 보라매
참새같은 말뚝신세 황새 앞에 새끼조개
'작은 조개 큰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영해분덕 소라고동,(1)조개탕에 한잔하고
낙지볶음 매운탕에 쐬주 한 잔 걸쳐보세
진도개는 집지키고 피조개는 회쳐 먹고
탕 속에는 모시조개 똥개 사냥개 말조개
청주는 맑은 술 공주는 공짜 술
진주는 진짜 술 정주는 정 주는 술
충주 광주 영주 상주 경주 원주 제주 울주
탁주 맥주 약주 독주 양주 객주 백주 물주
화주 사주 파주 전주 완주 금주 무주 비주
안주 포주 여주 명주 주자 돌림 노는구나
까치걸음 샌님들아 꼭둑각시 덜머리집
신명나게 돌아간다 두 눈 감고 야옹야옹 
머리카락 보인다아 꼬옥꼬옥 숨어라
하늘보고 멍멍 짖는 숨바꼭질 인생살이
장삼이사 소인잡배 개스 먹고 매앰매앰
물 멕이고 매앰매앰 양복 맞춰 이층 쌓고
가죽 구두 맞춰 끼고 들까부는 저 원숭이
똥구멍이 빨갛구나 들까부는 저 원숭이
개의 새끼는 강아지 소의 새끼는 송아지
말의 새끼는 망아지 박의 새끼는 박아지
바가지 박박 긁으면서 봉지 타령 한판하세
'봉지 봉지 봉지야 깨소금 봉지도 봉지요
후추봉지도 봉지요 고춧가루 봉지도 봉지요
짝짝콩 짝짝콩 쥐얌 쥐얌 쥐쥐얌
돌이 돌이 돌돌이 계수나무 요분틀에
자기녹비 끈을 꿰어 이슥이슥 차는구나,(2)
바람 불면 꽃이 지고 꽃이 지면 열매 맺네
죽으면 늙어야지 젊은 놈의 세상인데
혓바닥에 땀이 나도 장부일언 까치걸음
'미영 닷동 광목 닷동 사오 이십 스무 동을
돌돌 말아 짊어지고 문경 새재 썩 나서니
난데없는 도적놈이,(3)
우두머리 벌거숭이 허방다리 파는구나
얼수얼수 자알 논다 신구구법 외어보자
일일은 십일 하나하나 따로 놀고
이이는 이십이 우리 님의 대명사요
삼삼은 삼십삼 갈매기 떼 날아든다
사사는 사십사 개인교수 비밀과외
오오는 오십오 감탄사가 무성하고
육륙은 육십륙 배불뚝이 쌍동일세
칠칠은 칠십칠 울긋불긋 똥칠 옷칠
팔팔은 팔십팔 팔팔하기 욕바가지
구구는 구십구 구구하기 짝이 없네
어허절수 시골양반 저허절수 서울촌놈
수절과부 들까불고 몽동발이 조막손이
멍텅구리 중신아비 중신어미 앉은뱅이
농투성이 불목하니 술독 빠져 주독 올라
딸기코가 되었구나 새빨갛게 익었구나
벌거벗고 버꾸치고 신이 나서 죽는구나
애사당 생사당 사당사당 사당동
동서남북 이 내 세상 풍물잡고 천렵가자
'백구야 펄펄 나지를 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니다
성상이 바리시니 너를 좇아 여기 왔다
오륙춘광 경중한데 백마금편 화류가자,(4)
점박이도 흑부리도 육손이도 너나들이
눈끔쩍이 끔쩍끔쩍 달달봉사 달달달달
코쨍쨍이 쨍쨍대고 말더듬이 더듬더듬
미련쟁이 미련하고 응석받이 응석일세
이게 웬떡 춤을 추는 말뚝 쇠뚝 팔뚝 밭뚝
절뚝절뚝 우리 인생 해장술로 한잔하니
허허벌판 소나기라 영락없이 잡혔구나
기절경풍 하릴없네 설설 기고 발발 떨고
'원추리 팟추리 덤에 꽁 광해 닭
대양푼에 갈비찜 소양푼에 영계찜
봉지봉지 깨소금 봉지도 봉지요
계수나무 요분틀에 네 것도 박고 내 것도 박고,(5)
부엌데기 안쫑다리 까막눈이 말썽쟁이
일자무식 어름사니 허구헌 날 주색잡기
쑥대머리 무두장이 장돌뱅이 뻗장다리
용고뚜리 어화둥둥 먹고 싸고 먹고 자구
자장자장 잘도 잔다 공수래요 공수거인
우리 인생 하루살이 아옹다옹 세상만사
눈물콧물 범벅타령 먹자타령 죽자타령
타령 속에 해가 지고 생노병사 그만일세
놀다가세 놀다가세 쇠침장이 심술쟁이
둥기둥기 사랑타령 씨근벌떡 숨이 차네
밤이 가면 날이 새리 해 떠와라 안아보자
창문 열고 대문 열고 대명천지 밝은 세상
새벽바람 시원하다 목대잡이 앞장세워
뛰어보세 달려보세 가거지지 찾아가자
개명천지 찾아가자 어서어서 찾아가자
절수절수 지화자 저리절수 지화자 탁!

※ (1),(2),(3),(4),(5)는 양주산대놀이와 봉산탈춤의 대사임.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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