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백결가

洪 海 里 2005. 11. 12. 10:34
百結歌백결가
홍해리(洪海里)
 

1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천지간
소리란 소리
다 모아서
곡을 지으리라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소리
하늘이 반주하고
산과 바다가 노래하는
곡을 엮으리라
가슴이 비어 있는
이 시대를 위하여.

2
떡을 치세 떡을 치세
쿠웅 따악 쿠웅 따악
떡을 치세 떡을 치세
이 떡을 쳐 누굴 주나
맘씨 고운 이웃들과
고루고루 나눠 먹세
해가 지고 바뀌어도
인정만은 변치 마세
있는 놈은 있는 대로
없는 놈은 없는 대로
변함없는 세상살이
그 누구를 원망하랴
금방아로 은방아로
있는 놈들 방아타령
요란한들 무엇하며
배고프고 괴로운들
이 내 팔자 별수없네
달을 따다 떡을 빚고
별을 따서 떡을 치세
바람 잡아 곡조 짓고
마주앉아 가난 타니
곡조마다 가슴 치네
집안 가득 동네 가득
나라 가득 하늘까지
해 저무는 길목에서
동터오는 고샅까지
가난이야 나랏님도
어쩌지를 못하는 법
아침부터 밤 늦도록
고운 소리 떡을 쳐도
입은 흉년 귀는 풍년
세상 인심 사나워도
거문고를 마주하면
부러울 것 하나 없네
이승이 곧 별천지라
한 자 한 자 각을 하듯
뜯어내는 맑은 곡조
떡을 치세 떡을 치세.

3
배 부른 귀에 들릴 리 없는
울리지 않는 곡조
가슴으로 뜯으면
세밑에서
오동나무가 운다
봉황이 울도록
여섯 줄 뼈 끝으로 튕겨도
하늘이 멀어 보이지 않는다
따끝이 멀어 들리지 않는다
아아 더 먼먼 사람의 나라
비어 있음을 위하여
이 가슴을 다 쏟아
내 영혼의 모음을 다 모아
곡을 지으리라
곡을 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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