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동동

洪 海 里 2005. 11. 12. 10:45
動動동동
홍해리(洪海里)
 

1
다 
비어 있는
소리
요란한 고요 속에
둥둥둥
울리는 적막으로
읊는
노래여.

2
요즘 봄 가을이 어디 있나요
봄인가 하면
무더위 기승떠는 한여름이요
가을인가 하면
동장군 날뛰는 한겨울이니
이제는 사랑도 그렇지요
눈 맞았다 하면
불붙어 타오르고
결혼했다 하면 이혼이니
일년 열두달 삼백육십오일
그대 생각에 잠 못 이루고
피 말리고 가슴 태워
세상 밝힐 일 어디 있나요
여름이 가면
가을을 앓기 마련이요
겨울이 가면
봄바람에 흔들리지만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멀리 눈을 주리라
살고 죽는 일 어이하리야
입을 열 때마다
꽃잎이 날아오르는, 그래서
꽃잎마다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그대 앞에 벙어리가 되어
무작정 서 있어도 보리라.










 

* 1부는 본래 원형으로 되어 있고 원의 내부에 動動과 동동 네 글자가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형태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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