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수로여 수로여(1)

洪 海 里 2005. 11. 12. 10:47
수로水路여 수로水路여(1)
홍해리(洪海里)
 

 하나. 자화상 또는 타화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늘까지 오르고

바다 깊은 줄 모르고
바닷속까지

뭍 너른 줄 모르고
따끝까지
온몸에 불이 달아
싸돌던 여인

젊은이
늙은이

낮은 사내
높은 사내

제 서방
남의 서방

사내란 사내는 모두
수컷으로 만든

창녀중의 창녀
천사창녀여!

 둘. 독백 또는 비원

나를 꺾어다오
나를 꺾어다오

이 몸뚱어리에 피는
불꽃을 꺾어다오

저 낭떠러지의 철쭉보다도
가마 속의 쇳물보다도

더 붉고
뜨거운

그래서 누구도 못 다스리는
이 가슴의 바람을

미칠 것같은 이 어지럼증
비틀대는 허기를

꺾어다오
꺾어다오
  어다오
    다오
      오
       !

 셋. 서울수로

수로여
서울수로여
하늘까지 뻗쳤던
바닷속까지 미쳤던
그대의 바람 진분홍 바람
종로 뒷골목
강남 새 거리
어둡고 깊은 이 거리마다
번쩍이는 그대의 아미
향내나는 몸뚱어리
눈 멀고 귀 먹은 사내들
바보 바보 또 바보들
살몽둥이 나무몽둥이
쇠몽둥이 들고
정신 못 차리네
쪽을 못 쓰네
죽네 죽네
죽을 뿐이네.

 넷. 사랑 또는 절망

독주로 취하는 이 봄날
아지랑이 속으로
자꾸 피어나는 진달래 철쭉꽃
꽃마다 귀신이 붙어
우리 피의 불길을 틔우느니
온 하늘자락 다 사르고
바닷속까지 마르게 하니
이 마음 몸뚱어리
어이 비치지 않으랴
타지 않으랴
사람이 하는 일
뉘 막을 수 있으랴
하늘 둥둥 훨훨 날 수 밖에야.

       *다섯, 여섯, 일곱 쪽이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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