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바다여 선창바다여 - 보길도 시편 8

洪 海 里 2005. 11. 13. 07:15


바다여 선창바다여

- 보길도 시편 8

홍해리(洪海里)
 

보길도 시편 8
- 바다여 선창바다여


둑 위에 피어 있는 동백꽃
그 빨간 가슴에 안기려 보채는 파도
일차 공격에 실패하고
재차 공격에도 실패다
발동선 통통대는 소리에
산에서 놀던 꿩이 날아오른다
바다 그 앞에 서서
나는 다시 아무 소용이 없다
저 보채는 파도 하나 품을 수 없고
거품을 내뿜으며 소리치는
저 바다에도 뛰어들지 못한다
눈멀어 너를 다 보고
귀먹어 너를 다 들을 수 있다면
바다여 나는 기꺼이 응하리라
네게 잠겨 파도가 잠들 때까지.
(『淸別』동천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