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예송리 동백숲 - 보길도 시편 6

洪 海 里 2005. 11. 12. 11:55

예송리 동백숲

- 甫吉島 詩篇 6

홍해리(洪海里)
 

나이 오륙십에 담배불이나 다독이고
잿불이나 살리려는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을 와서 볼 일이다
떨어진 꽃송이 무릎 아래 쌓여
숯불처럼 다시 타오르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은 먹어
다리께 이끼가 퍼렇게 돋고
허리도 불을 만큼은 불어
폐경을 했음직도 한 동백나무숲
저마다 더욱 왕성한 성욕으로
가지마다 꽃을 꽂고 모닥불로 타오른다
나이들수록 눈웃음이 곱고
잘 익은 보조개 샐샐거리며
저 막강한 겨울바다 파도소리
돌아오지 않는 사내들의 외침소리
맨몸으로 서서 가슴에 묻는
나이들어도 젊은 여자들이 있다
젊어도 늙은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 앞에 서서
왼종일 동백꽃이나 볼 일이다
겨울바다나 바라볼 일이다.

 

 

 

  ⊙ 발표일자 : 1989년11월   ⊙ 작품장르 : 현대시
  ⊙ 글 번 호 : 2644   ⊙ 조 회 수 :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