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우이동 일지 10 - 겨울 소묘

洪 海 里 2005. 11. 18. 08:43



우이동 일지 ·10

- 겨울 소묘


洪 海 里

 

우이동 사람들은
이마에 별을 꽂고 달을 품고 산다
때로는 나무들과 손잡고
불꽃놀이를 벌이고,

우이동 사람들은
취하지 않는다
취하는 것은 바람소리
물소리일 뿐.

계곡이 부는 젖빛 휘파람이나
달빛 서정에 약한,
그래서 밤이면 산창마다 등을 밝히고
동전 몇 닢에 쓰러지지 않는,

나이들어도 나일 먹지 않고
술맛이 떨어지지 않아
한겨울이면 소주를 털어넣고
가슴에서 얼음장 밑 물소리를 듣는다.

  -『청별淸別』(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