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국내 시 낭독회 현황

洪 海 里 2005. 11. 21. 23:03

[문화현장]

국내 시 낭독회 현황

[한국일보 2001-09-11 18:17]

“시는 본래 말이다. 말에는 뜻과 소리가 있으나, 이즈음의 시는 소리의 기능을 잃었다. 시 본래의 소리의 회복을 위해 우리는 육성으로 시를 낭독한다.”

원로시인 구상 성찬경 박희진씨 등이 주축이 된 ‘공간시낭독회’는 1979년 4월 발족하면서 이런 취지를 내세웠다.

‘읽는 시에서 읊는 시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공간시낭독회는 국내 최초의 시 낭독 모임이었다.

낭독회 장소는 그간 서울 비원 옆 지하소극장 공간사랑에서 대학로 바탕골소극장, 올해 3월부터는 다시 북촌창우극장으로 바뀌었지만 22년 넘게 낭독회를 계속하며 지난 8월로 254회 모임을 갖는 기록을 세웠다.

조병화 정한모 김종길 김남조 홍윤숙 황금찬 김광림씨 등 저명한 시인들이 모두 이 낭송회를 거쳐갔다.

공간시낭독회가 표방한 대로 시 낭독회는 읽는 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리 혹은 노래로서의 시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시인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갈수록 난해해져 오히려 독자를 시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현대시의 함정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모임을 시발로 수많은 시 낭송회가 생겼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국시문화회관에서 1987년 이후 매주 토요일 열리는 시의 축제 ‘꿈과 시- 토요문학행사’도 전통있는 시 낭송회다.

매주 특정 시인을 초청해 독자들이 그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대화를 나눈다. 우리 시단의 얼굴들이 거의 모두 이 모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우이동 시인들’ 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이생진 임보 채희문 홍해리씨 등 북한산 자락의 서울 우이동에 모여 사는 시인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인 시 낭송 모임을 만들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이들은 도봉도서관에서 낭송회를 열어 ‘동네 사람들’과 시 읽는 즐거움을 나눈다.

매월 소식지를 내고 해마다 2차례 정도 동인 시집도 낸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암송하거나 노래 부르고 싶어지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는 홍해리 시인의 말에서 시 낭송의 참 모습이 느껴진다.

하지만 모임의 수는 늘어났을지 몰라도 시 낭송회는 세태의 변화로 이전의 활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다.

일반 청중보다는 동료 시인들과의 만남의 장이나 동인 모임의 형태로 축소된 것이 현실이다.

노시인 박희진씨와 이생진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인사동 카페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매월 마지막 월요일 오후 7시 ‘2인 시 낭송회’를 열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시인들이 참여해 집중도가 떨어지는 기존 시 낭송회의 한계를 탈피해 보려는 시도라고 박씨는 말했다.

이생진 시인은 “시로부터 멀어지는 세상, 특히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위해시 낭독회는 더욱 적극적이고 다문화적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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