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별빛 미학

洪 海 里 2005. 11. 22. 22:08
별빛 미학
홍해리(洪海里)
 

홀로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몸도 마음도 다 비워 당신께 드리나니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시든지
그냥 비어 있게 하시든지
푸른 하늘 흰 구름 솔바람 소리
속살로 속살대는 속치마 하얀 빛깔
다만 그런 것들로 채우시든지
비록 별이 없는 밤이라도
별빛 받아 빛나는 별이 되게 하시든가
밤마다 버리지 못하는 꿈으로 바장이도록
그냥 내버려 두시든가
사랑이란 싸고 또 싸서 감추고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느니
날마다 혼절하는 그리움 멀어
기다리다 기다리다 별로 돋을까
늘 가득차 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폭우가 쏟아져 덮칠 때까지
파도가 밀려와 때릴 때까지
바람이 불어와 울릴 때까지
복사꽃 피어 만발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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