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마흔아홉

洪 海 里 2005. 11. 22. 22:11
마흔아홉
홍해리(洪海里)
 

이제 마흔 아홉
세상이 이만큼 몸을 풀고 다가오네
어느 새 쓸쓸한 어깨의 가을빛
스산한 바람의 앙상한 손등
마흔 살 성긴 뼈마디 사이마다
삐걱삐걱 문을 여는 소리
목마르던 삶의 초록빛
꽃대궁에 펼쳐지던 황홀한 잔치
한때의 기쁨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안개와 는개, 어둠과 암흑 속에
〈洗蘭軒〉문패 달고 바라보노니
부질없는 이름에 내가 매이네
하릴없이 난초잎 먼지 닦고 마주하면
뼈 없이도 천년을 서는
너의 가는 허리 고요한 몸짓
그 길 따라 등불 들고 가는 이 있어라
불빛 들고 모여드는 산짐승 소리
산천초목 두런두런 몸 던져오네
가슴 열고 더운 입김 뿜어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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