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말씀 하나 세워 놓고

洪 海 里 2005. 11. 23. 04:48


말씀 하나 세워 놓고


洪 海 里


 

말씀 하나 세우나니,

가장 투명한 말 한마디
가장 가볍고 가장 무거운 그 말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 말
나뭇이파리만한 그 말
탯줄 같고 굴레 같은 그 말
무지개 뿌리 같은 그 말
어제 오늘 내일인 그 말
죽어 한 알 사리일 그 말
나의 집인 그 말
산 같고 바다 같은 그 말
나의 법 나의 질서인 그 말
언제나 초록빛으로 빛나는 그 말
나의 섬 반짝이는 섬인 그 말
늘 가슴 속에서 축포처럼 터지는 그 말
언제나 어린애인 그 말
가을 강물 가물치 같은 그 말
눈부신 꿈 하늘빛 같은 그 말
어머니 자궁인 그 말
늘 젖어 있는 그 말
산채나물 약술 같은 그 말,


그 말씀 하나 세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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