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자의 북』1992

<시> 지게

洪 海 里 2005. 11. 23. 04:50
지게
홍해리(洪海里)
 

해종일
진달래 타는 구비구비
먼 고향집

싸릿문 들어서면
댓돌 옆
놋요강 위로

저녁놀처럼
스러지는
할아버지 기침소리

구멍난
검정 고무신
미끄러지며

알구지에
작대기 맞춰
서 있던 너의

등태 뒤에 꽂힌
녹슨 조선낫
하나

장가 못 간 노총각
넋두리
구성진 가락

지겟가지에
걱정구름 한 짐
근심바람 한 짐 지고

헛간에 선 채
밀삐는 끊어지고
꼬리는 삭아내려

흙벽에 기대어
서 있다 너는
늙은 철학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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