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다시 보길도에서

洪 海 里 2005. 11. 26. 07:02
다시 보길도에서
홍해리(洪海里)
 

노화도 이목에서
맑은 물로 마음 한번 헹구고
청별나루에 내리면

이별을 안고
맞는 적자산 이마 아래
젖은 머리 쳐들고
꺼이꺼이 꺽꺽꺽 
우는 물결아

발목 잡고 매달리는 
푸른 
치맛자락도

예송리 바닷가 검은 자갈도
중리 맑은 모래밭이나
선창바다도

팽나무 감탕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가슴마다 못을 박고

사는 일이
결국 슬픔을 준비하는
바람인가

부용동 동백꽃도
숯불 같은 가슴만 태우며 떠나가고


룰룰룰 루루루루
자르륵 짜르륵
울며 불며
보길도가 가슴에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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