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미아전철역 부근

洪 海 里 2005. 11. 29. 04:50
미아전철역 부근
홍해리(洪海里)
 

눈먼 아내 어깰 잡고
꺼꾸로 꺼꾸로
끝없이 가고 있는
하얀 지팡이
이빠진 하모니카 소리
어깨 너머로 가라앉는
미아 전철역 부근
저무는 시간
하얗게 바랜 금속성 사이
드문드문
그녀의 손바닥에 촛불이 켜지고
딸랑,
바람이 펄럭인다
다른 꽃들은 저들끼리
무관심으로
침묵 속에 묻히고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동굴로
끝없이 끝없이 가고 있는
쓸쓸한 지팡이 하나.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북한산 진달래  (0) 2005.11.29
<시> 우이동화실  (0) 2005.11.29
<시> 휴전선  (0) 2005.11.29
<시> 옹기민속박물관  (0) 2005.11.29
<시> 부용꽃  (0)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