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는
꿈을 배고 있어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없이 꿈을 꾸고 있어라
노란 꿈 빨간 꿈 초록빛 꿈을
연분홍 진보라, 스스럽게,
아리아리 아련한 젖빛 꿈을 뿌리며
은하세계로 통신을 하고 있어라
사람마다 가슴마다 소식 띄우고 언제나 그 몸짓, 연연하게,
어디서나 그 눈빛으로
달덩이 같은 꿈을 안고 있어라
초생달 그믐달 때로는 반달 보름달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한낮에도 난초는 꿈을 치고 있어라
은장도 금빛 살로
허공에 그리는 안개빛 호랑무늬
빛살무늬 줄무늬
아는 듯 모르는 듯 서서히 서서히
물살 지으며 그려나가는
난초는 학이 되어 날고 있어라
구름이 되어 날고 있어라
새끼제비 노랑부리로 지저귀기도 하고
시원한 날개짓으로 별을 뿌려라
푸른 날개짓으로 꿈을 뿌려라
가슴 깊숙이 비수의 말씀을 뿌려라
봄이면 봄이 왔다 꿈을 낳고
가을이면 가을이라 애틋한 사랑
여름이면 여름이라 불타는 그리움으로
겨울이면 또 겨울이라 꿈을 낳는
난초는 바람으로 피어올라라
모락모락 향기로운 웃음소리로 피어올라라
봄이 와 천지를 잠에서 일깨우고
기쁨인 듯 슬픔인 듯
더위에 젖은 여름 일으켜
세워라
외기러기 울음소리를 내는
가을, 맑은 바람살로 하늘 높이고
한겨울의 곤비를 씻어주리니 난초여,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여
그대는 꿈을, 출렁이는
그대의 늘푸른 꿈을, 은은한 꿈을
아무도 아무도 모르게 펼쳐보이고 있어라 살아 있는 영혼의 고독한 꿈을 배고 있어라
난초는
꿈을 배고 있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