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洪 海 里
1
슬픔보다 순수한 언어로
말의 집을 이루고자 했었다
가장 아름답고 힘있는
살아 있는 말로
이리저리 엮고 얽어 놓으면
별이 보이고
새들도 날아와 우짖거니 했으나
단지 지붕을 인
벽일 뿐이었다
향그런 흙과 바람
시원한 내가 흐르고
햇빛이 찬란히 비춰 주기만 한다면
새싹이 트일 일이었다.
2
부드러운 혀로 쓰다듬고
눈으로 백 번 천 번 핥으며
가슴으로 너를 안고 싶었다
몇 채의 집을 지으면서도
흙벽돌 하나 제대로 쌓지 못하고
벽도 바르지 못한 채
무허가 판자집 철거민의 꿈을 안고
안타까울 뿐
너는 어디에도 없이
막막한 허공이 끝없이 지고 있다.
- 『元旦紀行』(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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