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洪 海 里 2006. 2. 18. 20:00

 

洪 海 里

 

 

1

슬픔보다 순수한 언어로

말의 집을 이루고자 했었다

 

가장 아름답고 힘있는

살아 있는 말로

 

이리저리 엮고 얽어 놓으면

별이 보이고

새들도 날아와 우짖거니 했으나

 

단지 지붕을 인

벽일 뿐이었다

 

향그런 흙과 바람

시원한 내가 흐르고

햇빛이 찬란히 비춰 주기만 한다면

 

새싹이 트일 일이었다.

 

2

부드러운 혀로 쓰다듬고

눈으로 백 번 천 번 핥으며

가슴으로 너를 안고 싶었다

 

몇 채의 집을 지으면서도

흙벽돌 하나 제대로 쌓지 못하고

벽도 바르지 못한 채

 

무허가 판자집 철거민의 꿈을 안고

안타까울 뿐

 

너는 어디에도 없이

막막한 허공이 끝없이 지고 있다.

 

 - 『元旦紀行』(1981)

 


'3인시집 1979~1981 > 『원단기행元旦記行』(1981)'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장머리  (0) 2013.07.15
개나리꽃  (0) 2013.07.15
꽃을 보면 우리는 꺾고 싶어라  (0) 2006.02.18
눈보라  (0) 2006.02.18
목신들의 합창  (0) 200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