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목신들의 합창

洪 海 里 2006. 2. 18. 17:48

木神들의 合唱

 

 

언제 해가 솟아 비치고

어디서 어둠이 몰려오는지

무엇이 바람의 행선지를 결정하는지

 

해가 떠서 비칠 때면

눈썹을 반짝이고

손바닥을 반짝이고

심장을 반짝이고

 

어둠이 어디선가 몰려오면

바늘 들고 별빛으로 반짝이고

천의 칼을 들고 칠흑빛으로 반짝이고

방패 들고 달빛으로 반짝이고

 

바람의 향방을 좇아

얼굴 감싸 구부리고

눈을 감고 흔들리고

온몸을 떨며 출렁이면서

 

오오, 생명 있음이여!

 

우리게 생명 있어 초록빛 생명 있어

웃음으로 반짝이고

한숨으로 흔들리며

무시로 출렁이는 바다여

 

언제 해가 다시 떠오르고

어둠이 대지에 덮이고

바람이 일어설지 우린 알 수 없어도

무시로 출렁이거라 출렁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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