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그림> 인연 /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픔 사람아 / 洪海里

洪 海 里 2006. 2. 25. 09:52
[본문스크랩] 인연 외 1편/洪海里 | 洪海里시화집 포스트 삭제 2006/02/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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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인의 옥탑방

                                                                                                           이현섭[봉숭아]
 
인연 / 洪海里




해질 녘 속리산으로 가는
직행버스 차창으로
아주 잠깐 내뵈인
그의 가느다란 눈웃음
다실 <평화> 등나무 뒤에 숨어서
간질이듯 나의 시장기를 허물고 있네
누굴까
등나무 뒤에 숨어서
뵈일 듯 안 보이는 그는
해질녘 구름밭에서 혼자 거닐다
서천에서 내렸는지 몰라
엊그제 꿈 속으로 왔다
가슴속 쪽대문도 두드리지 않고
돌아가버린 그림자빛의
그 아주 가느란 눈웃음이
가슴도 허물고 있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홍해리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 멀면 꽃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 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네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되리라
꽃이 피어 온 세상 기가 넘쳐나지만
허기진 가난이면 또 어떻겠느냐
윤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
취하지 않는 파도가 하늘에 닿아
아무래도 혼자서는 못 마시겠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본명: 洪峰義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시집으로『투망도』,『화사기』,『무교동』,『우리들의 말』,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홍해리 시선』,『대추꽃 초록빛』,
『청별』,『은자의 북』,『난초밭 일궈 놓고』,『투명한 슬픔』,
『애란』등
<3인 시집> 『산상영음』,『바다에 뜨는 해』,『원단기행』등
현재 월간 『牛耳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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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소감]
대개는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차창으로 스쳐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옆모습.
만남은 무엇이고, 헤어짐은 무엇일까. 내가 그곳에 가서 그를 보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또 어디에서 내렸던가. 나는 꿈을 꾸었다, 오래전 여인숙에 아기와 함께
묵고 있었던 젊은 엄마를. 나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다미방에 누워 <백야>를
썼다. 그날 이후, 어두운 뒷골목을 지날 때마다 내 가슴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가난한
사랑 때문에 나는 살고 싶어졌을까. -자작나무/이성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