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귀뚜라미

洪 海 里 2006. 3. 4. 10:23

귀뚜라미

 

홍 해 리

 

 

한밤 난로 위에 끓는 물소리
마루바닥을 기고 있는 허기진 벌레 한 마리
엉금엉금 기다
기인 촉수를 늘여 SOS를 치고 있다
별나라에
달나라에
그 곳엔 아직도 풀밭이 푸르른지
풀잎마다 이슬이 반짝이는지.

들어도 듣지 못하는 너의 부호를
이 아픈 시대에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어 그만
가만히 너를 손에 안아보느니
이젠 목이 쉬어 들리지 않는 창백한 울음소리
내 귀에 와서 닿아도
심사경의 어둠을 깨어날 수는 없어
부질없이 촉수만 다시 늘이우고 있다.

 

(『우리들의 말』1977)

'3인시집 1979~1981 > 『산상영음山上詠吟』(197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0) 2006.03.04
너를 보내고  (0) 2006.03.04
갯벌  (0) 2006.03.04
<시> 꽃과 아이들  (0) 2006.01.10
<시> 일여一餘  (0) 200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