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홍 해 리
한밤 난로 위에 끓는 물소리
마루바닥을 기고 있는 허기진 벌레 한 마리
엉금엉금 기다
기인 촉수를 늘여 SOS를 치고 있다
별나라에
달나라에
그 곳엔 아직도 풀밭이 푸르른지
풀잎마다 이슬이 반짝이는지.
들어도 듣지 못하는 너의 부호를
이 아픈 시대에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어 그만
가만히 너를 손에 안아보느니
이젠 목이 쉬어 들리지 않는 창백한 울음소리
내 귀에 와서 닿아도
심사경의 어둠을 깨어날 수는 없어
부질없이 촉수만 다시 늘이우고 있다.
(『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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