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나는 너를 너무 힘들게 한다

洪 海 里 2006. 5. 2. 04:56

나는 너를 너무 힘들게 한다

洪 海 里



내가 너를 너무 힘들게 하는구나
머리를 쥐어짜고 끙끙거리고
의심하고 절망하고 차고 던지고
찍어바르고 찢어버리고
부르르 떨고 실망하고 흥분하고
너무 짙게 화장을 하기도 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히기도 하고
지겹다면서 껴안고 두들기고
밤새워 괴롭히고 물어뜯고
잠 못 자게 하고 힘들게 하고
새벽까지 쓰다듬고 비비고 문지르고
멀쩡한 팔다리를 잘랐다 붙였다 하고
내장을 꺼냈다 넣었다 하고
설익은 몰골 세상에 드러내 망신 주고
무슨 한이 맺혔다고 그리 난리를 치고
사랑한다고 너 없으면 못 산다고
그립다고 기다린다고 청승을 떨고
상처가 깊을수록 아름다울 거라고,

간대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너에게
이러고도 시인이라고, 내가?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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