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가을 산에서

洪 海 里 2006. 5. 5. 06:52

가을 산에서
- 牛耳詩篇 · 8

洪 海 里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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