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詩> 그곳으로 간 이들은 바보가 됐다 / 권경업

洪 海 里 2006. 7. 21. 19:49

그곳으로 간 이들은 바보가 됐다

- 『牛耳詩』

 

권 경 업

 

 

그곳으로 간 이들은 바보가 됐다

아니 바보가 되고 싶었다, 환한

 

낮보다 밤을 좋아한

진화進化의 이상을 경험하며

칠흑의 어둠에서도 불평 않고

나고 자라서 길들여져 온 말초적

네온등 화려한 도시를 잊고 싶었다

아니 잊어버리고 힘겨워도 두 발로

더 먼 곳, 더 짙은 어둠으로 나갈 것이라며

자신들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짐했다

매일 일정량, 그들의 영과 육이 살해당하는

그 혹독한 기계화 사회로부터 해방된 것에

큰 안도감을 느끼며, 그제야

땅거미가 지고 어둠살이 깔리는 그들만의 은밀한 곳에서

어둠이 진정한 자유의 실체란 것을 조금씩 깨달았다

침을 튀기며 떠들던 빛의 윤리와 규범들에 의해

늘 그림자일 수밖에 없는, 숨 가쁘던 자동화의 도시를

불온하게도 이제야 배반할 수 있다고, 감히 이제야

반역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짐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몇의 선각先覺바보들은, 오래 전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던 달빛이나 별빛이

그림자를 지우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짙은 어둠 속에서도 모든 이의 가슴을 환히 밝히는

감성광선感性光線이란 사실을 알고서는, 역모을 꿈꾸며

은밀하게 도시를 탈출하여 동지를 규합하고 있었다

그 바보들의 이름을 열거해 보면, 먼저

먼 도서지방을 다니며 동조를 구하던 李生珍과 洪海里

산골과 벽촌을 다니며 계몽활동을 펴던 박희진과 林步

언제나 흥을 내어 북채와 젓대로 울분을 두드리던 변규백과 송성묵

그들의 어린 2세들에게 일찍 반란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며

스스로 교육계에 침투한 윤준경과 윤정옥과 목필균 등등

심지어 외국의 동조세력도 필요하다며 오래 전부터

대담하게 여러 나라 민초들과 공조를 모색해 온 고창수 등은

그 시대의 뛰어난 바보들이었다

때때로 위험을 무릅쓰며 집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詩라는 형식을 빌어 성명서를 발표하는 그들은

문명의 돌연번이들, 예를 들면

자동차 같은 문명의 기형아들로부터

선한 민중들을 구하려고 잠시도 불온한 사고思考를 놓지 않는

일찍부터 요시찰 명단에 올라있는 불순분자들이었다

그들에게 포섭된 많은 이들은

눈부신 것으로 눈을 멀게 하는 저 아래 세상의

TV와 컴퓨터의 집요한 선전과 선동에

자신들이 돌이킬 수 없이 세뇌된, 한낱

소모품에 불과한 소품이며 노예란 것을 깨닫고

독립의 열기와 해방의 욕구를 뜨겁게 품게 됐다

생명과 자연과 시와 음악이 오직 구원임을 알고

소외되어 신음하는 민중들이 함께 동참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곧

며칠 안에 복사꽃이 작은 목소리로 외치는 것을 신호로

문명의 위선으로 자행된 모든 폭력과 부조리를 탄핵하자며

그림자 지우지 않는 별빛과 달빛이

흥건히 계곡을 흘러 물들이는 그들만의 피안

牛耳桃源에서, 다시 대대적 불법 미신고

대중 집회를 가질 것이라는 풍문이 자자하다

 

아! 우이도원에 영광 있으라!

牛耳桃源의 原詩人들에게 축복있으라!

 

 

* 권경업 시집『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