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 기자 칼럼

<책갈피> '보는' 음악

洪 海 里 2006. 8. 1. 06:21

 

 

1981년 美MTV 개국

[동아일보 2006-08-01]    

1981년 8월 1일 미국 뉴욕에서 MTV라는 이름의 방송국이 문을 열었다. MTV는 음악TV(Music TV)의 약자로 24시간 내내 뮤직비디오만 트는 채널이다.

MTV는 첫 뮤직비디오로 영국 출신 ‘더 버글스’의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네(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선택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예언’이었다.

가수라는 직업이 등장한 이래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가창력과 연주력이었다. 일개 방송국이 이를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예언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1980년대 이후는 ‘비디오형’ 스타의 전성시대였다. 대중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했고, 가수들은 점점 더 화려한 영상과 볼거리로 화답했다.

MTV 시청자들은 지루해할 틈이 없다. 지루할 만하면 바로 화면이 바뀌어 버린다.

10대는 어차피 인내심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나이대가 아닌가.

비디오자키(VJ)들은 예전의 디스크자키(DJ)와 달랐다. 10대들은 그들의 자유분방함에 열광했고, MTV는 학교가 매년 신입생을 받듯 새로운 팬들을 계속 받아들였다.

기업으로서 MTV도 빨리 바뀌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영학자들은 MTV의 성공 비결로 고객 중심의 운영을 꼽는다. 초창기부터 시청자들의 선호도와 반응을 연구했고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직접 등장시켰고 랩, 댄스, 라이브 등 주제에 따른 다양한 코너를 만들어 냈다.

마이클 잭슨은 마돈나와 함께 MTV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가수 가운데 한 명.

하지만 초창기 MTV는 그의 음악을 틀지 않았다. 백인들에게 초점을 맞추다 1983년 인종 차별을 이유로 법적 제재를 받자 재빨리 방침을 바꿨다. 이렇게 방영된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스릴러’는 최대의 히트작이 됐다.

뮤직비디오가 등장한 이유는 결국 음반을 많이 팔기 위해서다.

“MTV의 가장 큰 업적은 로큰롤을 비디오 영역으로 꼬여내 보는 이로 하여금 이것이 연예물인지 판촉물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스티브 레비, ‘롤링스톤’지)

MTV의 등장인물은 가수이자, 뮤직비디오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광고 대상이다. 현대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엿보게 한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