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제217회 <우이시낭송회> 스케치

洪 海 里 2006. 8. 1. 06:35

제217회 <우이시낭송회> 스케치(2006/7/29. 도봉도서관)

 

닭의 모가지가 어찌 되어도
우리는 이 날을 기억해야 되는 거지요?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 도봉도서관....

한태호 시인님의 담론 제 4강, <현대시의 조류 :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시>가 끝난 것은 5시경,
실험시와 전통서정시.... .
어려우면서도 알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한 말씀,
아무튼 이렇게 좋은 강의를 몇 사람만 듣는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원고 말미에 있는 한 시인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그야말로 포스트모던한, 무언가 실험적인, 아무나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모른다고 할 수 만은 없는.......


<탑 속에 사는 여자>

한태호

나는 가슴에 선인장을 심습니다.

생의 개울을 건너오는 침이비자와 나무의
그림자를
막기 위해 정글의 늪지처럼 사막을 키웁니다.

화강암 거친 석면을 가시처럼 부풀리며,
스스로 혼돈을 거품처럼 불어 세웁니다.

꼬옥꼭 먼지 묻은 색채 속에 파묻어 가며
벽 위로 흐르는 섹스폰 소리를 듣습니다.
나의 작은 현창을 열고 탑 꼭대기로 오릅니다
붉은 저녁의 전망이 가볍게 떨립니다
수탉의 풍향계가 파도소리 따라 돕니다
돌, 구름, 소나기, 모두 자회색으로
무너집니다.
갑자기 저 곳에서 인조 가슴이 만들어지며
보이지 않는 도취의 열정이 다가옵니다.
스탠드 아래 푸른 우산이 펼쳐집니다.
그 때 저 탑 속에 갇힌 여자는 구름 위로
그리스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봅니다.
그리고 나선형으로 굽어 내리는 계단을 타면서
그녀만의 나체 춤을 춥니다

탑 속에 사는 여자는 탑이 무너지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허공에 조각되는 탑의 신기루 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소외된 이브라고 합니다.


* * * * *

이대의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 217회 시낭송회.
먼저 홍해리 회장님께서 나오시더니
'오늘은 다른 때보다 시낭송을 잘 해주시기 바란다'는 부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유는 묻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기는 있었습니다.(걸기대!!)

낭송의 첫 테이프는 고창수 시인님이 끊었습니다.
요즘 시리즈로 발표하고 계신 <얼굴 22>
역시 뭔지 몰라도 대단히 철학적인,
영역 되어 미국에 소개된 바 있는 시라고 하셨습니다.

다음은 나병춘시인의 <폭포>

'산이 푸른 정액을 쏟아내고

등 구부린 무지개
부끄러운 듯 얼굴이 벌개' 진다네요.

이어서 목필균 시인의 <외숙모>
그녀에게는 주변의 인물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로보며 스케치해내는 능력이 있지요?

다음은 박희진 시인님의 기행시, 모로코 제2의 도시를 노래한 <카사블랑카>.
본인께서는 노옹이라 말씀하시지만 아직도 시를 찾아 해외여행을 서슴치 않는 노익장이십니다.

다음은 음악 순서로
도봉구청 토요음악회 진행자 장수길 님과 이헤숙 이정화 이정렬 님의 합주, <유쾌한 우유배달>, 장수길 님의 소프라니니노 리코더와 이성렬 님의 아코디온, 이혜숙, 이정화 님의 풀룻 연주, 그리고 앵콜곡으로 정태춘 시/곡, <봉숭아>.

이어서 오랫만에 자리를 같이하신 신현락 시인님의 <하얀 나비>
'침묵의 재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하얀 나비, 저렇듯 허물 벗고
가벼운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잘 가라 잘 가라 어찌 손짓 할 수 없으랴.'

그렇지요. 친구의 죽음을 보며 쓰셨다는,,,,,,,,,,
죽음은 삶의 완성 아닌지요?

다음은 윤정옥 여전사 시인님,
아줌마 선생, 밥짓고 빨래하고 남편 뒷바라지 아이들 바라지.......

'밤 12시 야근이 끝나면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 나요?
(그러나 말도 마라, 그 정도 쯤이야. 호랑이보다 무서운 시어머니에 애도 셋씩이나....., 아침마다 도시락 다섯 개 싸기, 지금은 최소한 도시락은 안 싸잖나요?)
<여전사의 하루>를 이야기로 풀어놓고, 이인평 시인의 인물시, <봉숭아 꽃물 든 손톱에 뜬 반달-목필균 詩人> 을 읊었습니다. 목팰균 시인의 모습도 휼륭하고, 이인평 시인의 싯귀도 훌륭하고....... 아무튼 한 편의 시 같은 어울림입니다.

다음은 윤준경 시인의 <꽃을 꺾으면 안 되는 이유>
여자로 부터 멀어진 노인이 꽃을 여자로 알고, 매일매일 뽀뽀하고
뾰족구두에 코티분까지.........
그러니 꺾으면 안 되지요.

다음은 이생진 시인님의 <해변으로 가요>
'見' 볼견자는 두 다리 위에 눈을 얹고 다니는 것,
상상보다 실체가 먼저다. 실제로 체험하라, 시인 평생에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청도대학에서의 시낭송이다.'
발로 움직여 시를 찾아가는 시인이 되라는 말씀, 여수 돌산도에 못 가는 시인님들 어찌 가슴이 쓰리지 않겠습니까?

다음은 이영혜 시인의 <아까시 꽃 피면>
밤새 곱게 다듬은 옥고에 누군가 '이건 시가 아니다" 라는 쓴약을 뿌려 이 앙다물고 쓴 시,- 역시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인데, 누가 함부로 쓴약을 주나요?

다음은 신작특집을 하신 박영원 시인님, 중국에 계시다가 휴가차 오셨겠지요?
한국의 노사관계와 우리 노동자들의 작태를 준렬히 비판하시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국-- 한마디로 정신차려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바람 3>, 과 <新가시리>를 낭송하셨습니다.

다음은 홍해리 시인님의 <봄, 벼락치다>를 출판하시고 이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신 김소양 시인님의 시낭송, <씨앗>

다음은 임보 시인님, <새들을 날개 위에 올려라>
'새는 날개로 허공을 받치고 떠오를 때 새다
새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 반짝이는 눈으로 지상을 응시할 때 새다'

맞습니다. 교수는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칠 때 교수답고, 탤런트는 연기를 할 때 비로소 탤런트. 그럼 시인은.............???( 에구...... 쥐구멍이 어딥니까?)

다음은 조병기 시인님의 <산나리꽃>
날마다 산책길에서 꽃들과 연애를 하신다고요?

다음 조성심 시인, <숲에 들면 넘치네>
언제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녀-, 가 무엇이 넘쳤을까요?


다음 한태호 시인님의 <시루섬 미루나무 아래서>와 <옻 오른 시>
저는 옻이 나무의 옻인 줄 알았는데 몸에 입는 옷이라는군요. 역시 그래서 포스트모던인가요?

다음 조금 늦게 도착한 마경덕 시인님,<카페 후미개>

'카페의 메뉴는 정적

카페의 메뉴는 어둠

카페는 지금도 성업 중'

메뉴가 많으니 성업 중이군요.

끝으로 홍해리 회장님, <詩를 먹다>
각자 먹으라고.

하시고는
한 말씀,

월요일 발송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모두들 바쁘시니 내일 일요일에 발송작업을 하신다고...... 한번 빼 보려다 딱 걸렸지 뭡니까요?

이상 제217회 시낭송 스케치,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다음 달에 기쁘게 뵙기를 바랍니다.

시낭송위원 윤준경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