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시> 자벌레의 비행궤적 / 권경업

洪 海 里 2006. 7. 21. 18:43

자벌레의 비행궤적

 

권 경 업

 

 

도선사 뒤의 떫은 오리목 잎이나

아니면 깔딱고개의 억센 갈참나무 잎을

힘들게 갉아먹어야 할 놈이

牛耳桃源의 복사꽃에 맺힌 이슬과

향기 붉은 꽃가루들을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며 털어먹고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졌는지

아니면 생식능력이 배가됐는지

제 시간보다 빨리 탈피를 했다

그것도 사위 캄캄한 그믐밤, 그 누구도

그가 나비가 됐는지 나방이 됐는지 추측만 할 뿐

먼 별빛을 접속신호로 착각하고

어둠 속으로 날아간, 그의

비행궤적과 몸짓이 詩라는 것을 인정하며, 그나마

주위에 등불이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며

호사가들은, 羽化한 그 자벌레가

별에 당도했는지 오래도록 궁금해 했다고만 전해진다

 

 

* 권경업 시집『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