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의 비행궤적
권 경 업
도선사 뒤의 떫은 오리목 잎이나
아니면 깔딱고개의 억센 갈참나무 잎을
힘들게 갉아먹어야 할 놈이
牛耳桃源의 복사꽃에 맺힌 이슬과
향기 붉은 꽃가루들을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며 털어먹고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졌는지
아니면 생식능력이 배가됐는지
제 시간보다 빨리 탈피를 했다
그것도 사위 캄캄한 그믐밤, 그 누구도
그가 나비가 됐는지 나방이 됐는지 추측만 할 뿐
먼 별빛을 접속신호로 착각하고
어둠 속으로 날아간, 그의
비행궤적과 몸짓이 詩라는 것을 인정하며, 그나마
주위에 등불이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며
호사가들은, 羽化한 그 자벌레가
별에 당도했는지 오래도록 궁금해 했다고만 전해진다
* 권경업 시집『별들이 쪽잠을 자고 간』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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