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壽軒에서
윤 준 경
5층 다락방이었습니다
보재기만한 창문이 하나
북한산 구름이 눈짓 한 번 주고
밤에는 별이 와서 자고 갈
겁니다
네 사람이 있습니다
난蘭을 안고 섬을 안고
북한산을 안고, 천사의 손을 안고---
그리고 시인보다 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피리를 불던가요?
여인의 지문으로 잘 닦인 찻잔
북과 징, 장구, 두드려야 맛이 나는 우리
악기들도
그 방의 가족이었습니다
10여년 세월에
한 번쯤 등지고 돌아설 법도 한데
오늘도 탁주 한 잔에 벌개진
얼굴로
시 한 수 읊다
북 한 번 치다
목청 한 번 높혀 꺼욱꺼욱 꺼거욱
시같은 인생 그렇게들 사시옵니까
무덤까지
함께 가시옵니까
이생진, 임보, 홍해리, 채희문---.
* 詩壽軒: 월간『牛耳詩』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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