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등골나물 꽃과 나비의 사랑

洪 海 里 2006. 9. 7. 07:39

 

♧ 처서 아침에

 

 기다리던 처서(處暑)날 아침입니다. 어제 낮은 훅훅 들볶여 수업 받는 아이들을 혼미하게 하더니만, 아침 공기는 제법 선선합니다. 처서는 24절기(節氣)의 하나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습니다. 양력으로는 8월 23일경, 음력으로는 7월 중순에 해당하는데, 이 무렵이 되면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논둑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하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도 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농부들은 여름내 매만지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하게 되죠. 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은, 이 때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뜻에서 생긴 것입니다. 즉 여름내 정성 들여 가꾼 오곡이 마지막 결실의 때를 맞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볕의 기운을 받아 누렇게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가 내리게 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밖에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호미씻이도 끝나고 이제 추수할 일만 남았으므로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이 한가해진다는 것을 빗대어 이른 말이죠. 마땅히 할 일은 안 하고 몹시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함을 비유한 속담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역시 이 때의 한가함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금년에는 내일부터 윤 7월이 더 있어 더위가 쉬 물러날는지 모를 일입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 등골나물은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과 들의 초원에서 자란다. 전체에 가는 털이 있고 원줄기에 자주빛이 도는 점이 있으며 곧게 선다. 높이는 70cm 정도인데, 밑동에서 나온 잎은 작고 꽃이 필 때쯤이면 없어진다. 중앙부에 커다란 잎이 마주나고 짧은 잎자루가 있으며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의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에는 선점(腺點)이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다.

 

 잎맥은 6∼7쌍으로서 올라갈수록 길어지고 좁아진다. 꽃은 흰 자줏빛으로 두상꽃차례를 이루고 7∼10월에 핀다. 총포는 원통형이고 선점과 털이 있으며, 갓털은 흰색이고 4mm 정도이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11월에 익는다. 어린순을 식용하기 때문에 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방과 민간에서 황달, 통경, 중풍, 고혈압, 산후복통, 토혈, 폐렴 등에 약제로 쓰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 가을 연서(戀書) - 홍윤표

 

처서(處暑)의 옷깃이
땅끝 마을까지 끌리던 날
여명을 깨우는 귀뚜라미 울음이
제법 고음으로 귀에 모인다
푸르던 은행 이파리가 우선처럼 분장하고
번화한 테헤란로를 걷던 날
집 나간 가을여인은
풀꽃을 노래하며 짐을 꾸렸다
지사에서 자유로이 풀어진
갈대를 꾸짖으며 전해 주던 당신의 연서(戀書)
미움도 아름다웁게 전해 달라는
거울 같은 손길이었다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주는
가을편지 한 통을....


 

♧ 난초꽃 한 송이 벌다 - 홍해리(洪海里)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꽃 한 송이 소리 없이 날아와 가득히 피어납니다 많은
세월을 버리고 버린 물소리 고요 속에 소심(素心) 한 송
이 속살 빛으로 속살대며 피어납니다 청산가리 한 덩이
가슴에 품고 밤새도록 달려간다 한들 우리가 꽃 나라에
정말 닿을 수 있겠으랴만,

 

피어나는 꽃을 보고
그대는 꽃이 진다 하고
나는 꽃이 핀다 하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지면서
목숨은 피어나는데 ……,

 

 

참 깊은 그대의 수심(水深)
하늘못이네.

 

우리가 본시부터
물이고 흙이고 바람이 아니었던가
또는 불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물빛과 하늘빛 속에는 불빛도 피어나 황토빛
내음까지 실렸습니다 올해에도 여지없이 처서가 돌아
와 산천초목들이 숨소리를 거르는데 늦꽃 소심 한 송
이 피어 깊이깊이 가슴에 들어와 안깁니다.

 

푸르르르르 백옥 같은 몸을 떨며 부비며 난초꽃 한 송
이 아프게 피었습니다.

 

 

♧ 외로움에 대하여 - 고재종

 

들어봐, 저 처서절의 나뭇잎이
저렇게 서걱이는 소리,
풀잎들이 스치는 소리,
시방 달빛은 휘영청하고
앞들의 수숫대는 마냥 일렁이는 소리

 

들어봐, 저 풀섶의 씨르래기며
귀뚜라미 울어 끓는 소리에
동구밖 느티나무의 잎새들
바르르 떠는 소리,
그 옆 대숲 위에 부시럭부시럭
참새 떼 뒤척이는 소리

 

외로운 이는 소리에 민감하나니
들어봐, 저기 저렇게
기차 오는 소리,
기적 소리를 뿜으며 달려와
기차는 또 저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가버리는 소리

 

그러면그러면, 그때마다
그 기차 불빛 한 줄기에도 반짝반짝
온 목숨 꽃사래 치다간
이제 무척은 야위어버린, 저 간이역
코스모스들의 목 늘어나는 소리,
역사 위로는 툭, 툭
오동잎 아득히 지는 소리 

 

 

* 어제낮 학교 주변에서 찍은 하늘의 구름입니다.  

 

♬ 바람에 실려 / 하남석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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