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한라산에도 큰앵초가 피다

洪 海 里 2006. 9. 7. 07:39

 

♧ 연 이틀 한라산 등산

 

 이른봄에 한 번 가고 좀처럼 한라산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쉬는 토요일 덕에 연 이틀이나 한라산의 봄꽃들과 놀았다. 토요일은 관음사 야영장에서 용진각을 거쳐 정상에 갔다가 짙은 안개 때문에 백록담 바위벽만 보고 왔다. 덕분에 탐라계곡을 벗어나면서 길 양옆에서 수많은 봄꽃과 조우했다. 얼마나 많이 피었는지 시간이 모자라 1시 정각까지 용진각을 통과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다가 찍자고 남겨두고 떠날 정도였다. 시간과 마땅한 장소가 없어 길가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김밥을 먹다 말고 바로 옆에서 세바람꽃과 금강애기나리를 찍었다.

 

 간밤에 소주도 너무 마셨고, 긴 코스를 다녀오면서 종아리에 무리가 가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면서 오늘도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이번에는 성판악 코스다. 가장 긴 코스이기 때문에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금년에 봄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길이 많이 패었다. 지루한 자갈길을 걷다 가끔씩 나타나는 나무 다리를 걸을 때는 숲을 쳐다볼 기회를 갖는다. 고지대에 이르렀을 때 등산로에서 큰앵초가 보였다. 그걸 찍다 그 안에 엄청난 군락을 발견하여 그곳에 빠져들었다. 디카로 빨리 찍느라 꽃이 엉망이다.    

 

 

♧ 큰앵초(primrose)
 
 쌍떡잎식물 앵초목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 속의 나무 그늘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짧고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없고 전체에 잔털이 있다. 잎은 뿌리에서 뭉쳐나고, 잎자루는 길며 비스듬히 선다. 잎 몸은 둥글며 밑 부분이 심장 모양이고 가장자리가 손바닥 모양으로 얕게 7∼9개로 갈라지며 잔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피고 잎 사이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1∼4층을 이루며 각 층에 5∼6개가 달린다. 꽃줄기는 높이가 20∼40cm이고 윗부분에 짧은 털이 있으며 잎이 달리지 않는다. 작은꽃자루는 길이가 1∼2cm이고, 포는 넓은 줄 모양이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5개로 깊게 갈라진다. 화관은 지름이 1.5∼2.5cm이고 통 모양이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5개이며 통 부분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이고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이며 길이가 7∼12mm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앵초근(櫻草根)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해수, 가래나 천식에 효과가 있다. 한국·일본에 분포한다. 꽃줄기와 잎자루에 긴 털이 많은 것을 털큰앵초(var. pubescens)라고 한다.

 

 

♧ 겨울잠

 

땅 속 깊이 들어가
한 천년 잠들었으면 싶다

 

두발 머리 쪽으로 모두고
눈 지그시 감은 채
어머니 대지의 거대한 궁전 안에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땅의 체온을 느끼고
땅가슴이 두근대는 그 설레임을
심장에 새겨 넣고 싶다

 

제비꽃이며 앵초꽃이며
온갖 꽃씨들이 나에게 소곤대는
그 소리를 듣고 싶다

 

천년 뒤 어느 날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는
수선스런 몸짓에 놀라
깜짝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

 

찔레꽃 덤불 속에 숨어 
가만히 세상을 엿보고 싶다  

                                        한도훈


 

♧ 오월의 산
 
따사로운 햇살
푸르게 짙어가는 숲의 울음소리
자꾸만 바깥으로 손짓하는 계절
산은 숫처녀 젖가슴처럼
탱탱하게 부풀어 있다
산길에는 앵초, 은방울꽃
들꽃들 속삭임과
곰취, 참나물, 비름나무의
새큼달큼한 초록향기에 취해
산새의 날개짓도 비틀거린다
절벽 굽이치는 계곡물의 아우성
내 가슴 속에 물결치며
가볍게 살아온 나를 때리고
아카시아 꽃잎은 하얀 눈이 되어
계곡 물에 긴 발자국을 남긴다
산허리로부터 안개구름 몰려오고
숲을 빗질하고 내려오는 바람결에
푸른 내음 함께 실려오면
어머니는 또
큰 산 하나 낳고 있다

 

                                       김정호(美石)

 

 

 

♧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핀다

 

여학교에는 계절이 없다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봄이다, 꽃피는 봄

 

춘삼월 연분홍 진달래
어릿어릿 비린내 어질머리
주근깨 박박 4월 철쭉
백목련 심장 위에 떨어진 자목련 한 잎
수수꽃다리에서 흑장미까지

 

하얀부처대가리꽃에 똑 떨어진 진홍의 장미꽃잎 하나
메밀꽃바다에 뜬 꽃다발
찔레꽃 눈부신 하늘로 기어오르는 칡꽃
싸리꽃 밭머리 흰구름장 위로 날아가는 제비꽃
목화꽃 피는 밤의 춘향의 젖꼭지꽃

 

동백꽃 금낭화 땅비싸리 해당화
덩굴광대수염 며느리밑씻개
앵초 자운영 앉은부채 엉겅퀴
처녀치마 갯패랭이 자주꼬리풀
동자꽃 분홍연꽃 왜노루오줌풀
달구지풀 날개하늘나리……

 

이름만으로도 詩가 되는 꽃들이여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피는가.

 

                                               홍해리(洪海里)

 

 

♬ Daydream - Walking With You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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