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정完精
洪 海 里
살아 있는 악기도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완벽한 것이 어디 있는가
영원이란 게 있기는 한가
봄 여름 가을의 꿈이 다 말라붙은 후
한겨울에 드디어 나무는 완정完精을 이룬다.
세상과 세월이 나무의 속을 둥글게 채웠으니
잎이 다 졌다고 그냥 간 것이 아니다
텅 빈 나무 한 그루 죽은 듯 운다, 완정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 흰 구름 따라
유유자적 바람의 세월을 가고 있다.
* 올해는 뱀띠인 내가 일곱 번째 맞는 띠해인 것이다. 푸른 뱀의 해!
띠동갑이신 이생진 시인께서 당신은 꽃뱀이고 나는 독사라 하신다.
사람의 한평생이 참으로 별것 아니다. 한 해가 네 계절, 열두 달,
삼백예순다섯 날로 끝나지 않는가!
그 세월 속에서 자연은 나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고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자연 속에서 나무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꿋꿋하기 그지없다.
이제부터 나는 '나무띠'로 살고 싶다. 띠 가운데 나무띠는 없으니 나 혼자
사용하기로 하자. 나무 중에 참나무가 나는 무등 좋다. - 隱山.
- 《포켓프레스》2025.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