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13

인수봉을 보며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봄이 오면 풀잎이 돋아나듯이느글대는 피를 어쩔 수 없다문득 차를 타고4·19탑 근처를 서성거리다인수봉을 올려다보면그저 외연한 바위의 높이가슴속 숨어 있는 부끄러움이바람따라 똑똑히 되살아난다백운대를 감고 도는 흰 구름장벼랑에 버티고 선 작은 소나무어둔 밤이 와도 움쩍 않고서늘한 바람소리로가슴속 검은 피를 느글대게 한다부끄러운 나의 피를 돌게 한다저 바위 아래 그늘 속이름 모를 풀꽃도때가 되면 스스로 피어나는데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나의 피여.- 시집『우리들의 말』(1977)

‘연속 열대야 일수’ 역대 최장, 잠 못 드는 여름 / 중앙일보 2024.8.22.

[시론]‘연속 열대야 일수’ 역대 최장, 잠 못 드는 여름중앙일보 2024. 8. 22.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독사의 이빨/ 개의 혓바닥."홍해리 시인의 시 「중복(中伏)」이다. 이렇게 짧은 시는 처음 봤다. 그렇다. 한여름 무더위는 구태여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덥다”라고만 해도 되는 것을 독사의 이빨 같은 화염(火焰)에 늘어진 개의 혓바닥으로 시인은 표현했다. 정곡을 찌른 표현을 보면서 금세 숨이 턱 막혀온다.수도 서울의 최저 기온(오후 6시 1분~다음날 오전 9시)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7월 21일부터 31일째 계속됐다. 기상청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