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집중조명 자료 23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 -「다시 가을에 서서」 洪 海 里 1975년에 나온 나의 두 번째 시집 『화사기花史記』에 내가 유난하게 기억하고 있는 가을 시가 한 편 실려 있다. 「다시 가을에 서서」라는 이 작품은 시집에 실리기 전인 1973년 가을에 발간된 동인지 『내륙문학』 제4집에 게재되었는데 가을의 애잔한 풍경이 담담하게 담겨 있다. 늦가을에 환하게 피어 있는 샐비어를 배경으로 소박한 주막집의 주모와 시인이 등장하는 몇 개의 장면으로 한 편의 시를 엮은 것이다. 주모는 막 지고 있는 노을을 술잔에 열심히 퍼 담고 있고 시인은 샐비어에 눈을 빼앗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장면이 바뀌면 밭에서 일을 하다 비를 맞으며 다리를 건너는 애틋한 오누이의 슬픈 전설을 지절거리면서 달래강이 잔잔히 흘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