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찍다 5

김치, 찍다 / 해설 : 임보(시인)

김치, 찍다 홍 해 리 싱싱하고 방방한 허연 엉덩이들 죽 늘어섰다 때로는 죽을 줄도 알고 죽어야 사는 법을 아는 여자 방긋 웃음이 푸르게 피어나는 칼 맞은 몸 바다의 사리를 만나 얼른 몸을 씻고 파 마늘 생강 고추를 거느리고 조기 새우 갈치 까나리 시종을 배경으로, 이제 잘 익어야지, 적당히 삭아야지 우화羽化가 아니라 죽어 사는 생生 갓 지은 이밥에 쭉 찢어 척 걸쳐놓고 김치! 셔터를 누른다. * 감상 : 홍해리 시인의 시는 싱싱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도 따라 늙기 마련인데, 홍 시인의 시는 젊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즐겨 남성적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다봅니다. 사물들은 그의 앞에서 여성화하면서 관능적인 미를 발휘합니다. 그의 작품이 젊게 읽힌 것은 바로 그 관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

김치, 찍다

김치, 찍다 洪 海 里 싱싱하고 방방한 허연 엉덩이들 죽 늘어섰다 때로는 죽을 줄도 알고 죽어야 사는 법을 아는 여자 방긋 웃음이 푸르게 피어나는 칼 맞은 몸 바다의 사리를 만나 얼른 몸을 씻고 파 마늘 생강 고추를 거느리고 조기 새우 갈치 까나리 시종을 배경으로, 이제 잘 익어야지, 적당히 삭아야지 우화羽化가 아니라 죽어 사는 생生 갓 지은 이밥에 쭉 찢어 척 걸쳐놓고 김치! 셔터를 누른다. * 홍해리 시인의 시는 싱싱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도 따라 늙기 마련인데, 홍 시인의 시는 젊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즐겨 남성적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다봅니다. 사물들은 그의 앞에서 여성화하면서 관능적인 미를 발휘합니다. 그의 작품이 젊게 읽힌 것은 바로 그 관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