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에 서서 9

다시 가을에 서서

다시 가을에 서서 洪 海 里 샐비아 활활 타는 길가 주막에 소주병이 빨갛게 타고 있다 불길 담담한 저녁 노을을 유리컵에 담고 있는 주모는 루비 영롱한 스칼릿 세이지빛 반짝이는 혀를 수없이 뱉고 있다 그미의 손톱이 튀어나와 어둠이 되고 파도가 되고 있다 살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석류꽃처럼 피던 그미의 은빛 넋두리가 드디어 하늘을 날고 있다 이슬을 쫓는 저녁 연기도 저문 산천의 으스름으로 섞여 꽃잎은 천의 바다를 눈썹에 이고 서른하나의 파도 허허한 내 오전의 미련을 부르르 부르르 경련을 하게 한다. - 시집『花史記』(1975) * 홍해리 시인이 서른한 살 한창 젊은 나이로 박재륜, 양채영 시인과 교우하며 충주, 청주를 배회하며 샐비어 꽃무더기 새빨갛게 와와~ 함성으로 활활 불타 오르던 날의 부르르 부르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