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3

달항아리

달항아리 洪 海 里 백자대호나 원호라는 명칭은 너무 거창하다 좀 촌스럽고 바보스런 달항아리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 넉넉하고 봉긋한 그 배가 아니겠는가 먹을 것 없어 늘 배가 비어 있어도 항아리는 배가 불룩해서 그지없이 충만하다 달이 떠서 밝아도 보름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 문갑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달이 뜨고 아버지 가슴에도 달빛이 환하다 찬장 위에서 가난을 밝히는 달항아리 그것을 바라다보는 마음마다 이지러졌다 다시 차오르는 달로 뜬다 어린 자식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품어 주는 어머니가 항아리를 안고 계신다 세상 사는 일 가끔 속아 주면 어떤가 어수룩하다고 바보가 아니다 어머니가 항아리 속 아버지 곁에 계신다. * 白磁大壺와 圓壺는 달항아리의 다른 이름.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