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달항아리

洪 海 里 2013. 3. 30. 04:23

 




달항아리

 

洪 海 里

 

 

백자대호나 원호라는 명칭은 너무 거창하다

좀 촌스럽고 바보스런 달항아리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

넉넉하고 봉긋한 그 배가 아니겠는가

먹을 것 없어 늘 배가 비어 있어도

항아리는 배가 불룩해서 그지없이 충만하다

달이 떠서 밝아도 보름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

문갑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달이 뜨고

아버지 가슴에도 달빛이 환하다

찬장 위에서 가난을 밝히는 달항아리

그것을 바라다보는 마음마다

이지러졌다 다시 차오르는 달로 뜬다

어린 자식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품어 주는

어머니가 항아리를 안고 계신다

세상 사는 일 가끔 속아 주면 어떤가

어수룩하다고 바보가 아니다

어머니가 항아리 속 아버지 곁에 계신다.

 

 

 * 白磁大壺와 圓壺는 달항아리의 다른 이름.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계간《시안》2013. 여름호

 

 

 

 * Klimt의 Danae, Oil on canvas, 77x83cm, 1907~1908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역설  (0) 2013.04.08
<시> 개나리꽃  (0) 2013.04.04
<시> 쑹화단松花蛋  (0) 2013.03.27
<시> 우수雨水 경칩驚蟄  (0) 2013.02.26
<시> 독사  (0)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