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달항아리

洪 海 里 2018. 12. 19. 04:02

 

 

 

 

달항아리

 

洪 海 里

 

 

백자대호나 원호라는 명칭은 너무 거창하다

좀 촌스럽고 바보스런 달항아리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

넉넉하고 봉긋한 그 배가 아니겠는가

먹을 것 없어 늘 배가 비어 있어도

항아리는 배가 불룩해서 그지없이 충만하다

달이 떠서 밝아도 보름이고

달 없는 칠흑의 밤에도 보름달이다

문갑 위에 놓으면 방 안에도 달이 뜨고

아버지 가슴에도 달빛이 환하다

찬장 위에서 가난을 밝히는 달항아리

그것을 바라다보는 마음마다

이지러졌다 다시 차오르는 달로 뜬다

어린 자식의 응석을 다 받아주고 품어 주는

어머니가 항아리를 안고 계신다

세상 사는 일 가끔 속아 주면 어떤가

어수룩하다고 바보가 아니다

어머니가 항아리 속 아버지 곁에 계신다.

 

 * 白磁大壺와 圓壺는 달항아리의 다른 이름.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계간《시안》2013. 여름호

 

 

 

 

 * Klimt의 Danae, Oil on canvas, 77x83cm, 1907~1908

 

 

 

* 12일 열리는 제6회 동아옥션에 출품된 현존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달항아리. 높이 57cm, 지름 49cm, 입지름 20.5cm, 밑지름 16cm의 크기를 자랑한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달항아리는 궁궐 또는 상류 사대부 계층에서 사용했던 도자기다. 이번에 출품된 도자는 자연스러운 색깔과 편안한 형태감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 2019. 6. 3. 동아일보

 

 

* 김준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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