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

부채

부채 洪 海 里 한평생 바람만 피웠다 여름내 무더위에 몸뚱어리 흔들어 쌓다 살은 다 찢겨나가고 뼈만 남아 초라한 몰골 아궁일 바라보고 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2017, 움) * 이 시를 이해하는데 각별히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짧은 시를 접한 독자들은 대개 아, 중의적인 표현이 되어 있는 시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쩌면 젊어 바람만 피우다가 이제 노년에 기운이 다 빠져 폐기처분 직전의 바람둥이나 난봉꾼을 떠올리며, 뭐, 당연지사이지 하고 의미 있는 조소를 머금을 지도 모르겠다. 해석이 다양하다는 것이 이 장르의 커다란 장점이다.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시의 함축성은 큰 것이기에 좋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바람→구멍→소리”의 이치에서 바로 ‘구멍’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