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남자들끼리 2

시 쓰는 남자들끼리

시 쓰는 남자들끼리 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 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 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아내 때문인데 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 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 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세상모르고 행복이 뭔지 모르고 아내가 뭔지 모르고 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 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 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 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 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 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

詩化된 洪海里 201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