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조 2

프리다 칼로에게 / Frida Kahlo : 이석조 화백 그림.

프리다 칼로에게 洪 海 里 가늘고 길게 살자면서도 그렇게 살아 뭣 하나 하고 짧고 굵게 살고 싶다 마음 먹고 독하게 산들 그것 역시 뭣 하나 하고 하루 하루 살아내는 일 재미없고 답답하고 살 만큼 살았으니 때가 되면 다 놓고 가자 해도 그것 또한 뜻대로 되는가 구질구질하기 그지없네 정답 없는 게 인생이라는데 이리 산들 어떻고 저리 산들 어떠랴 잘살아라 잘 살아라!

살풀이춤

살풀이춤 洪 海 里 풀어라 풀어라 살을 풀어라 반세기 반신불수 버르적거리는 백두산 천지 한 손에 잡고 한라산 백록담 딴 손에 올려놓고 묘향 구월 설악 금강 지리산 가슴에 품어 북한산 도봉산 손을 잡아라 온갖 새들 꽃 속에 노래하고 노루 토끼 다람쥐 겁없이 뛰어노는 비무장지대 우거진 풀밭에 서서 안주 용천 예당 연백 경기평야 나주 김해 호남의 너른 들판에 서서 몸을 던져 풀어라 백두대간 바윗속 흐르는 물길이듯이 죽은 듯이 잠자던 푸나무들 봄이 오면 맥이 뛰어 푸르러지듯 두만강 낙동강 대동강 청천강 영산강 압록강 섬진강이 모두 한강으로 한강이 되게 살 풀어라 살 풀어라 혼을 던져 추기고 맺힌 한을 풀어 풀어 백두산 상상봉에 북을 놓고 물보라 푸르게 하늘까지 피우고 한라산 꼭대기에 북을 놓아 사슴 떼 덩실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