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조 4

일탈逸脫

일탈逸脫 洪 海 里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

잠깐!

잠깐! 洪 海 里  꽃이 욕하는 거 들어 봤냐풀이 바람 탓하는 것 봤냐 비 오고 눈 내리고 천둥 친다고뭐라 하더냐 흔들릴 땐 흔들리고눈물 날 땐 마음껏 울기도 하거라 봄이면 새싹 트고갈이면 열음 하니 참고 견디지 않아도새벽은 오고 바다는 해를 낳는다. - 월간《우리詩》 2024. 1월호.   kjo Lee1월 13일 2024년 Korean poet한국의 시인Hong Hye-ri洪 海里  잠깐 꽃이 욕하는 거 들어 봤냐풀이 바람 탓하는 것 봤냐 비 오고 눈 내리고천둥 친다고 뭐라 하더냐 흔들릴 땐 흔들리고눈물날 땐 마음껏 울기도 하거라 봄이 오면 새싹 트고갈이면 열음하니 참고 견디지 않아도새벽은 오고 바다는 해를 낳는다. * 홍해리 詩人 모습. official

프리다 칼로에게 / Frida Kahlo : 이석조 화백 그림.

프리다 칼로에게 洪 海 里  가늘고 길게 살자면서도그렇게 살아 뭣 하나 하고 짧고 굵게 살고 싶다마음 먹고 독하게 산들그것 역시 뭣 하나 하고 하루 하루 살아내는 일재미없고 답답하고 살 만큼 살았으니때가 되면다 놓고 가자 해도 그것 또한 뜻대로 되는가구질구질하기 그지없네 정답 없는 게 인생이라는데이리 산들 어떻고 저리 산들 어떠랴잘살아라 잘 살아라!

살풀이춤

살풀이춤 洪 海 里 풀어라 풀어라 살을 풀어라 반세기 반신불수 버르적거리는 백두산 천지 한 손에 잡고 한라산 백록담 딴 손에 올려놓고 묘향 구월 설악 금강 지리산 가슴에 품어 북한산 도봉산 손을 잡아라 온갖 새들 꽃 속에 노래하고 노루 토끼 다람쥐 겁없이 뛰어노는 비무장지대 우거진 풀밭에 서서 안주 용천 예당 연백 경기평야 나주 김해 호남의 너른 들판에 서서 몸을 던져 풀어라 백두대간 바윗속 흐르는 물길이듯이 죽은 듯이 잠자던 푸나무들 봄이 오면 맥이 뛰어 푸르러지듯 두만강 낙동강 대동강 청천강 영산강 압록강 섬진강이 모두 한강으로 한강이 되게 살 풀어라 살 풀어라 혼을 던져 추기고 맺힌 한을 풀어 풀어 백두산 상상봉에 북을 놓고 물보라 푸르게 하늘까지 피우고 한라산 꼭대기에 북을 놓아 사슴 떼 덩실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