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살풀이춤

洪 海 里 2018. 12. 30. 08:04

살풀이춤

 

洪 海 里

 


풀어라 풀어라 살을 풀어라
반세기 반신불수 버르적거리는
백두산 천지 한 손에 잡고
한라산 백록담 딴 손에 올려놓고
묘향 구월 설악 금강 지리산 가슴에 품어
북한산 도봉산 손을 잡아라
온갖 새들 꽃 속에 노래하고
노루 토끼 다람쥐 겁없이 뛰어노는
비무장지대 우거진 풀밭에 서서
안주 용천 예당 연백 경기평야
나주 김해 호남의 너른 들판에 서서
몸을 던져 풀어라
백두대간 바윗속 흐르는 물길이듯이
죽은 듯이 잠자던 푸나무들
봄이 오면 맥이 뛰어 푸르러지듯
두만강 낙동강 대동강 청천강
영산강 압록강 섬진강이 모두
한강으로 한강이 되게
살 풀어라 살 풀어라
혼을 던져 추기고
맺힌 한을 풀어 풀어
백두산 상상봉에 북을 놓고
물보라 푸르게 하늘까지 피우고
한라산 꼭대기에 북을 놓아
사슴 떼 덩실덩실 춤을 추도록
칠천만이 일어나 북을,
북을 때리면
두 팔을 서서히 들어 올리며
장단따라 엇바꿔 떨어뜨릴 때
흐르다 멈칫 꺾여지고
팔이 들리면서 온몸이 떠오르네
치마를 돌려 잡은 손
앞으로 뻗은 팔에 장단이 실려
돌다가 머무르고
다시 돌아 놀아 보고 으쓱으쓱 치올리니
가득가득 차는구나
칠천만의 춤사위 천지가 차는구나
흰 명주수건 긴 자락
오른팔 왼팔로 옮겨잡고
때로는 던져서 떨어뜨리고
몸을 굽혀 엎드려 들어올리며
울음으로 떨치고 기쁨으로 사루나니
울림 속의 정적으로
고요 속의 떨림으로
센 살 풀고 끼인 살 풀어
살아 속박 이냥 풀어 자유천지 그곳으로
피리 대금 장구 해금 북소리 어우러진
그곳,
푸른 안개 속 문득 무의 춤이 있구나
백두 한라 두 가슴 풀어
그곳도 흥건히 젖어
땅기운 하늘기운 바람기운으로
살풀이 살풀이 춤을 추어라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가
남녘땅 북녘땅 기운을 모아
통일, 통일하는 춤을 추어라
비색을 푸는 바람의 손길따라
흰 돛단배 신명의 바다로 떠나가고
제주도 백령도 독도 신미도가 눈썹 위에 뜨는구나
흰옷 입은 사람들의 꿈으로 엮는
춤의 춤, 마지막 춤, 살을 풀어 추는 춤,
떨리는 아름다움
멈춤 속의 움직임
눈물 젖은 웃음으로
살 풀고 액 때우고
화를 사뤄 한을 풀어
온몸으로 춤을, 춤을 추어라
신이 오르고 신명이 나서
마침내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그날까지 춤을 추어라
산 하나 강 하나 하늘 하나 땅 하나
아아, 드디어, 우리도 하나
살풀이 살풀이 춤을 추네.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동천사,1994)  
   
<감상평>
    * 洪海里의 살풀이춤은 분단조국의 산과 강, 7천만 동포가 한데
어우러지는 총체적 살풀이의 통일춤이다. 앞서 문효치의 시가
비무장지대인 월정리의 녹슨 철마, 그 처연한 역사의 구체적
현장에서 분단 상황의 아픔을 노래한 통일시라면 洪 시인의 살풀이는
보다 대표적인 조국의 강산들을 거명하여 이들의 화해와 일치를
호소하는 강한 의지와 기원의 시다. 시적 화자의 강한 명령적 어조는
백두산과 한라산, 묘향, 구월, 설악, 금강, 그리고 도봉산까지도 모두가
손을 잡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손을 잡되 가슴에 품어 진심으로
뜨거운 사랑으로 잡으라고 한다. 안주, 용천, 예당, 연백, 경기, 나주,
김해, 호남 평야에 몸을 던지라고 한다. 말로만 주고받을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하여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만강, 낙동강, 대동강, 청천강,
영산강, 압록강, 섬진강도 모두가 한 강이 되도록 내면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소원들을 사설하고 일제히 울리는 북 장단에
맞춰 춤동작으로 들어간다.

         두 팔을 서서히 들어올리며
         장단 따라 엇바꿔 떨어뜨릴 때
         흐르다 멈칫 꺾여지고
         팔이 들리면서 온몸이 떠오르네
         치마를 돌려 잡은 손
         앞으로 뻗은 팔에 장단이 실려
         돌다가 머무르고
         다시 돌아 놀아보고 으쓱으쓱 치올리니
         가득가득 차는구나
         칠천만의 춤사위 천지가 차는구나

     통일을 실천하는 살풀이춤의 구체적인 춤사위가 리얼하게 제시된 부분
이다. 천지에 가득해지는 어우러짐의 흥취를 공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센 살 풀고 끼인 살 풀어 자유의 세계를 구가하며 마침내 동해,
서해, 남해, 남녘과 북녘, 제주도, 백령도, 독도, 신미도까지 모두가 신명으로
어우러지는 통일의 그날까지 춤을 추는 통일의 실천을 처절하고 집요하게
소망하는 살풀이춤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홍문표(문학평론가).

* 살풀이춤 : 이석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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