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 치매행致梅行 · 171 洪 海 里 이제까지 한평생 75년 46년을 함께 산 한 생生인데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편이란 사내 일요일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상 한평생 한 말이 한 말이 아니라 몇 말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많이 남아 있겠는가 오전을 무사히 보냈으니 마음이 놓인 탓인가 오후 세 시 반 촐촐한 참에 막걸리 한 병을 꺼내다 홀짝이고 있는 사이 밖으로 나가는 사람 내가 얼마나 더 늙고 낡아야 그 사람 속을 알 수 있을까 지금 알고 있다 해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말라가는 웅덩이에서 힘없이 퍼덕이며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피라미 한 마리 혼자 견디다 가자며 막걸릿잔을 들이켭니다.